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후기, 진실과 이별
- 문화/라이트 노벨
- 2016. 1. 30. 08: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피 속의 진실
드디어 라이트 노벨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을 읽게 되었다. 이번 5권이 마지막인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큰 충격은 아니었다.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시리즈는 계속해서 연재해가기에 필요한 요소가 부족했고, 일찍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쭉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분량이 10권이 넘도록 길게 연재되는 작품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세계관이 무척 넓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작중 인물 개인의 사정이 복잡함과 동시에 묘하게 다 연결되면서 짜 맞춰지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갈등 요소도 많아 작품의 길이가 길어진다.
그러나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시리즈는 세계관이 좁았다. 비록 마족과 이형의 생물의 피가 섞인 존재가 등장하더라도 무대는 마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인물 또한 새로운 갈등과 이야기를 가져온다고 하기보다 그냥 하렘으로 엮이는 친구에 지나지 않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단기간에 끝나야 그나마 좋은 평판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대로 라노벨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시리즈는 이번 5권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5권은 아쉬움보다 잔잔한 감동이 남는 최고의 방식으로 마무리되어 이 작품은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미우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의 시작은 원래 집 주인 미라루카가 돌아온 시점에서 시작한다. 루슈라는 집에서 가출해버렸지만, 미라루카가 돌아온 히스이의 일상은 큰 위화감이 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미라루카가 히스이의 참관 수업을 오거나 욕실에서 등을 밀어주면서 말이다.
그 사이에 루슈라는 자신의 근본을 찾기 위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질문은 에루루쪽에서 감금하고 있던 진정순혈 퍼거스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퍼거스에게서 들은 대답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 작품 내에서 흡혈귀 진조의 출발점을 '신의 피'를 마신 것으로 시작한 게 신선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은 누구인가. 직접 언급하면 조금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기에 작은 힌트만 말하고자 한다. 그 힌트는 위에서 볼 수 있는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표지를 참고하면 된다. 루슈라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떤 옷은 어느 날에 입는 옷인지 생각해보면 '신'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루슈라는 자신의 정체를 미라루카를 통해 듣게 된다. 자신은 진조가 아니라 유사 진조이며, 과거 진조가 만든 일종의 보험이라는 사실을. 미라루카는 이번 5권에서 그녀의 심장을 노렸었는데, 여기에도 슬픈 이유가 있었다. 진심으로 노렸다고 하기보다는 이별을 위한 과정이었다.
풍덩 빠지고 싶어라,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미라루카의 대한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로리 흡혈귀 시노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시노부의 전성기는 막강한 흡혈귀였는데, 그녀는 심장을 알로하에게 도둑맞아 힘이 약해졌었다. 미라루카는 과거 히스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진조 중에서도 막강한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심장은 수복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심장은 히스이의 몸속에 있었으니까. 덕분에 그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몸을 회복하여 돌아올 수 있었는데, 심장이 없는 흡혈귀는 언제 생명이 끊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 다른 진조가 자신의 피를 인간에게 먹여 만든 유사 진조 루슈라의 심장을 자신의 가슴에 이식하려고 했다. 미라루카와 루슈라의 관계는 이렇게 정리된다. 히스이는 루슈아와 미라루카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빠지는데, 그의 선택한 것은 제3의 선택지였다.
바로, 히스이 자기 자신. 자신의 몸에 있는 심장을 다시 미라루카에게 돌려주려고 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생을 마감한다.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은 그렇게 잔잔한 감동을 남기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최선의 엔딩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함께 걷는 나날,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을 읽는 동안 흡혈귀 미라루카가 상당히 안타까웠다. 그녀는 최대한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을 방법을 찾으려다 히스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고, 그녀의 선택은 히스이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는 일이었으니까. 참, 씁쓸한 한 명의 멋진 인물이 사라졌다.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에서는 침대에서 벌어지는 히스이와 미라루카의 이벤트가 있다. 여기서 단순히 남녀가 나누는 깊은 키스로 끝났지만, 이벤트 장면으로 히스이와 미라루카가 하는 장면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읽는 순간은 내가 대신하고 싶기도 했다.)
루슈라를 제치는 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은 그림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 <화이트 앨범2>의 첫 이야기 부분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으니까. 하아, 이럴 이야기는 참 가슴이 아파서 길게 좋은 여운이 남아도 괜히 먹먹해진다. 그래도 진행상 어쩔 수 없었다.
라이트 노벨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시리즈는 길게 이어지기에 무리가 있었지만, 딱 이렇게 5권에서 잘 마무리가 되어서 다행이다. 쓸데없이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끝내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 오늘 <은의 십자가와 드라큐리아 5권> 감상 후기는 여기서 마친다.
정말 어디에 미라쿠라 같은 히로인은 없는 걸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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