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하), 망각녹음과 살인고찰(후)
- 문화/라이트 노벨
- 2014. 2. 8. 08: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공의 경계(하), 아자카의 망각녹음과 시키의 살인고찰(후)
드디어 타입문의 대작 시리즈 중 하나인 《공의 경계》 마지막 시리즈 《공의 경계(하)》를 읽었다. 이번 《공의 경계(하)》에서는 아자카의 학원인 레이엔 여학원이 배경이 되는 '망각녹음'편과 시키의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 '살인고찰(후)'편을 읽어볼 수 있었다. 이 두 이야기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아주 만족스럽게 보았던 작품이었는데, 책으로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공의 경계》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그 화려한 액션을 동영상으로 보지 못하는 점은 아쉬웠으나 각 인물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사건의 세밀한 묘사는 '역시 공의 경계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의 경계(하), ⓒ미우
· 망각녹음
《공의 경계(하)》에서 먼저 읽을 수 있었던 '망각녹음' 이야기는 아자카가 다니는 레이엔 학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레이엔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기억을 뻇어가는 요정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엔 학원은 상당히 명성이 높은 학원이었기에 학생들의 이상 증세에 대해 '쉿쉿.' 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의 의뢰를 레이엔 학원의 졸업생인 토코에게 의뢰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의뢰는 토코의 제자인 아자카가 맡게 되었고.
아자카는 마술적 소양은 있지만, 요정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했기에 료기 시키와 함께 레이엔 학원에서 조사를 시작한다. 학원에 들어가자 마자 아자카는 요정에게 1시간의 기억을 빼앗겨 분통해하는데, 시키와 함께 여러 조사를 하며 코쿠토 미키야가 전해 준 정보를 토대로 슬픈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망각녹음' 편은 그런 이야기이다. 추리 소설이 아니기에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에서 큰 구체적인 요소는 읽을 수 없다. 하지만 탐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코쿠토 미키야의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한 가지의 가설을 세워 슬픈 진실에 접근하는 대목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하야마 히데오라는 한 쓰레기 같은 교사가 저지른 일에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뭐가 무엇인지 모르게 된 오지 미사야는 가엽기 그지 없었다. 망각녹음은 그러게 슬픈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 살인고찰(후)
《공의 경계(하)》에서 두 번째로 읽을 수 있었던 '살인고찰(후)' 이야기는 시키가 살인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살인귀를 찾아내 그를 처리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제가 아니다. 이번 '살인고찰(후)'의 주제는 시키가 다시 한 번 더 자신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시키가 되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글쎄,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한 명의 살인귀와 만나 자신의 속에 있는 하나의 욕구, 아니,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어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살인고찰(후)'의 이야기에서는 코쿠토가 상당히 위험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데, 무거운 분위귀 속에서 이야기는 내내 진행되지만… 조금의 지루함도 느끼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의 묘사는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그 장면의 일부를 옮겨보며 다음과 같다.
"그렇지도, 않아."
엇, 하고 놀라는 미키야.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몸을 틀며, 재빨리 말했다.
"그러니까 미키야. 지금의 시키는 그런 것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어."
……쳇, 역시 창피하군. 이런 말, 두 번 다시 하는가 봐라.
흘깃, 미키야의 상태를 본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충격은 그쪽이 컸던 듯, 미키야는 하늘을 나는 고래라도 본 듯 넋이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미키야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걷고 잇는 그를 잡아끌 듯이 걸음을 재촉하며 언덕길을 내려간다.
자, 바로 눈앞이 역이다.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미키야의 팔을 당겼다.
꼭 잡은 손은 어느 틈엔가 나보다 확실한 힘으로 내 손을 잡고 있다.
――그런 사소한 일이 왠지 기쁘다.
나는 자꾸만 벙글어지는 웃음을 애써 억누르면서 언덕길을 내려갔다.
이윽고 역에 도착하여, 낯익은 우리의 거리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
멀고 험한 길을 가는 중에도 누군가가 내 손을 꼭 잡아 주고 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나이프도 뭐도 아닌, 오로지 그 손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이 손을 놓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나는 지금의 자신도, 옛날의 시키도 받아들이고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다음은, 이 계절처럼.
추운 겨울이 끝나고 새 봄이 찾아오는 그때를 조용히 기다려야지――.
이것으로 《공의 경계》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읽었다. 작품 자체는 정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지만, 책의 감상 후기를 쓰는 글에서는 잘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일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공의 경계》는 단순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말하기보다 조금 무거운 소설이니까. 세상의 진리나 개인의 욕망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작품의 매력이다.
아직 《공의 경계》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에 해당하는 작품이지만,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다른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계절적 배경 요소와 인물의 감정, 그리고 그 욕망을 아름답게 잘 표현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공의 경계》다.
이번 2014년에 소설로 읽을 수 없었던 새로운 시리즈 《공의 경계 : 미래복음》편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한 번 더 팬들 앞에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이야기 《공의 경계 : 미래복음》. 하루 빨리 직접 영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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