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제로 3권, 왕들의 광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4. 1. 7. 08: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페이트 제로 3권, 캐스터와의 결투와 왕들의 광연
소설 《페이트 제로》 시리즈 2권을 읽고 약 두 달 만에 읽게 된 《페이트 제로》 3권이다. 이번 무대는 아인츠베른 성이 주요 무대가 되고, 아인츠베른 성에서 벌어지는 세 개의 싸움을 《페이트 제로》 3권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뭐, 정확히는 세 개의 싸움보다 좀 더 있었지만,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싸움은 딱 세 가지가 아닐까. '키리츠쿠vs케이네스', '코토미네 키레vs아이리스필&마이야', '어쌔신vs라이더' 이 세 싸움이 바로 이번 3권을 화려하게 장식한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페이트 제로 3권, ⓒ미우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었던 《페이트 제로》에서도 전투씬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지만, 소설로 읽을 수 있었던 묘사는 더 대단했다. 아인츠베른 성에서 고뇌하는 키리츠쿠의 모습이나 캐스터의 미친 행동에 분노하는 세이버의 행동과 감정 묘사는 가슴에 와 닿을 정도였다. 특히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었던 전투 장면의 묘사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 더 생생했다.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면서 작품을 읽을 수 있었는데, 정말 책을 읽는 순간에는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거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넓은 홀에 네 귀퉁이에 배치되어 있던 네 개의 꽃병이 굉음과 함께 파열했다. 게다가 흩뿌려진 것은 도자기 파편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숫자의 금속 조각이, 그야말로 총탄 같은 기세로 케이네스에게 쏟아졌다.
덫에는 마술적인 반응 따윈 전무해서 케이네스는 이것을 알아차릴 방법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미야 키리츠구가 꽃병 안에 장치해 두었던 것은 클레이모어 대인지뢰라고 불리는 잔인한 설치식 폭탄이었다. 작약의 파열에 의해 700개가 넘는 직경 1.2밀리미터의 쇠구슬을 부채꼴로 흩뿌리는 이 병기는, 보병 집단을 매복했다가 일소하기 위해 개발된 물건이다. 이것이 사방에서 동시에 폭발하면 도망칠 곳이 있을 리 없으니 중심에 있던 표적은 한순간에 원형이 남지 않은 고기 조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마술사가 아닐 경우의 이야기지만.
2800발이나 되는 쇠구슬이 케이네스에게 쇄도한 그 찰나, 그가 서 있는 위치는 은색의 돔에 뒤덮여 있었다. 발밑에 도사리고 있던 수은 덩어리가 순식간에 변형된 것이다.
케이네스 주위에 한 치의 틈도 없이 전개된 수은의 피막은 두께가 1밀리미터도 되지 않지만, 마력에 의해 압착된 그 장력과 각성은 그야말로 강철이나 마찬가지였다. 클레이모어 지뢰에 의한 쇠구슬 세례는 단 한 발도 케이네스에게 도달하지 못했고, 전부 홀 전체로 튕겨 나가 성안의 인테리어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결과로 끝났다. (p62)
위에서 읽을 수 있는 묘사는 '키리츠쿠vs케이네스' 전투 장면 중 첫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3D 기법을 부분적으로 활용해서 묘사하면서 정말 대단한 완성도였지만, 책에서는 정말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었다. 《페이트 제로》라는 소설이 내용 자체도 재미있지만, 역시 이런 생생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동안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한 완성도가 작품 그 자체에 대한 매력과 재미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번 《페이트 제로》 3권을 읽었던 사람들은 애니메이션 《페이트 제로》를 보는 것 이상으로 '오오!' 하며 읽었지 않았을까.
제일 처음 전투의 문을 연 건 캐스터의 불법 침입(?)이었지만, 전투를 절정으로 이끌고 간 건 바로 키리츠쿠와 케이네서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또 한 쪽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그 싸움이 바로 코토미네 키레와 맞붙은 아이리스필과 마이야의 싸움이다. 아이리스필과 마이야는 도망치던 도중 코토미네 키레가 키리츠쿠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막기 위해서 사생결단을 하고 덤볐다. 그러나 키레는 말도 안 되는 압도적인 강함으로 그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짓밟았다. (이 전투에 대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페이트 제로》 3권의 말미를 장식한 건 라이더 아스칸달의 EX급 보구 왕의 군세였다. 과거 애니메이션을 보았을 때에는 팬들 사이에서 '작화 그린 사람 다 죽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의 군세를 잘 보여주었는데,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스칸달, 금삐까(길가메쉬), 세이버가 아인츠베른 성에서 모여 술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부분은 묘하게 긴장하며 읽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볼 수 있었던 아스칸달의 보구는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세이버, 그리고 아처여. 이것이 연회의 마지막 질문이다. …왕이란 고고한가, 그렇지 않은가?"
소용돌이치는 열풍의 중심에 서서 라이더가 입을 연다. 그 어깨에 요란하게 펄럭이는 망토. 어느샌가 정복왕의 복장은 영령으로서의 본래의 전투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처는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실소했다. 그런 것은 물을 필요도 없다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세이버도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왕도를 의심하지 않는, 왕으로서 지내온 그녀의 나날이야말로 거짓 없는 그 해답이다.
"왕이라면… 고고할 수밖에 없다."
그런 양자의 대답에 라이더는 크게 웃었다. 그 웃음에 응하듯이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보다 강해진다.
"안 되겠군! 정말이지 이해를 못 해! 그런 네놈들에게는 역시 지금 여기서 진정한 왕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 수가 없겠어!"
조리를 벗어난 이치에 불어 든 열풍이, 끝내 현실을 침식하고 뒤덮는다.
밤의 숲에 있을 수 없는 괴이한 현상 속에서, 거리와 위치는 의미를 잃고, 그곳은 열사의 마른 바람이 불어야 할 장소로 변모해 간다.
"이, 이럴 수가…!"
경악하는 목소리는 웨이버와 아이리스필, 마술이 무엇인가를 아는 자들이었다.
"고유결계…라고?!"
아스칸달의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페이트 제로》 3권의 중요한 내용은 끝이 났다. 마지막에는 어쌔신을 완벽히 잃은 코토미네 키레의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하면서 끝을 맺었다. 앞으로 이야기는 더 재밌어질 것이기에 정말 기대된다. 캐스터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싸움. 《페이트 제로》 4권에서 읽을 수 있을 내용이 정말 기대된다. 이 정도로 《페이트 제로 3권》 감상 후기를 마친다.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