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 8권 후기, 나를 찾아 떠난 여행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골든 타임 8권, 타다 반리와 카가 코코의 미래


 애니메이션으로 <골든 타임>을 보았던 때가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먼저 완결 장면을 보았던 <골든 타임>이지만, 이번 4월 신작 라이트 노벨로 소설의 완결 장면을 <골든 타임 8권>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역시 답답하기도 했고,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불의의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려서 나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쉽게 '기억상실'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지만, '기억 상실'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추억, 행복했던 시간, 후회했던 시간을 잊어버린다. 글을 쓰는 나도, 읽는 당신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잊을 수밖에 없다. 행복했던 시간도, 불행했던 시간도 모두 언젠가 잊히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잊히는 일은 다시금 새로운 일로 채워지지만, 갑작스럽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떤 사고로 기억 상실에 걸려서 몽땅 다 사라지게 되면 대체 뭐가 남을까.


 이때까지 읽은 라이트 노벨 <골든 타임>의 주인공 타다 반리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는 잊어버린 자신을 새롭게 채우고자 했지만, 슬그머니 떠오르는 잊어버린 자신은 지금의 자신을 잊어버리게 했다. 그는 무서워했고, 방황했고, 도망치기도 했고, 선택하지 못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다.


골든 타임 8권, ⓒ미우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그를 사랑하는 연인인 카가 코코가 있었고, 자신과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쩌면 작품의 '골든 타임'이라는 것은 잊어버린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모두와 함께 쌓은 시간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일이면 과거일 오늘이 골든 타임인 거다.


 <골든 타임 8권>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보았던 타다 반리가 자신에게 거절의 뜻을 표한 코코의 말에 괴로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코코의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다가 호되게 혼을 나고, 스스로 자신을 다시 한 번 더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느릿느릿, 그러면서도 빠르게 흘렀다.


 반리가 걷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중 나나 선배가 반리에게 해준 조언을 잠깐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로 가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괴로워요.

"난 말이야."하고 나나 선배는 입술에 손을 대고 말했다. 말라서 갈라진 입술 껍질을 손끝으로 잡아 뜯으면서,

"'그런 건 누구나 다 비슷한 거 아냐?' 하고 말했어."

반리에게 옆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기타 케이스를 짊어진 채, 로커 스타일의 옷차림으로. 담배 대신 하얀 숨결을 내뿜으며, 분명 린다도 어느 날 밤 이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으리라.

"스무 살도 될까 말까 한 나이에 자기가 어디에 있어야 좋을지, 어디로 가야 좋을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옳은 일인지를 아는 녀석은 하나도 없다고 말이야. 아니 난 알고 있어! 하고 단언하는 놈일수록 더 모르기 마련이라고. 친구가 특수한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지만 그런 감상은 흔해빠진 감정이잖아. 다들 그래, 다들 괴로워한다고, 그래도 모두가 시행착오라는 이름의 인생을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자기만 혼자 그렇게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는 얼굴로 콧물이나 질질 흘리고 있지 말라고, 짜증난다고...위로가 되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본문 66)


 나나 선배의 이 이야기는 짧았지만, <골든 타임 8권>에서 타다 반리가 각오를 굳히는 최초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는 코코의 아버지를 만나고, 그리고 코코의 이별 선언에서 잊힐 것 같으면서도 돌아올 것 같은 자신을 마주하며 자신을 찾아갈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것이 책의 전반과 중반의 내용이다.


골든 타임 8권, ⓒ미우


골든 타임 8권, ⓒ미우


 반리가 짐을 정리하는 장면은 종종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고, 코코와 야나기와 린다와 이차원과 치나미와 엉클어진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은 '역시 인간관계는 너무 힘들어. 정리할 인간관계조차 만들지 않는 것도 좋은 일이지.'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골든 타임> 시리즈를 읽었다.


 <골든 타임 8권>은 역시 해피엔드로 끝을 맺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딪히고, 깨지고, 도망치고, 울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도전하는 이야기였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고 말하기에 이 작품은 복잡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읽고 싶은 작은 욕심이 들었단 작품이었다.


 이번 8권을 읽으면서 나는 '나(我)'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고 살거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살아간다. 지금 나는 두 개의 삶 중 어떤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두 개의 삶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어느 하나를 알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에 내가 사는 지역 문화 축제에서 참여한 백일장 대회의 산문 주제는 '나(我)'였다. 종이를 받아서 '나'라는 주제에 대해 나는 언제나 내가 가슴에 품고 있었던 '나'에 대한 고민과 '나만의 답'을 찾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적었다. 비록 대단히 어려운 주제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골든 타임 8권>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조금 더 정리가 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잊히기 마련이고, 또 잊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은 그 와중에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새로운 것을 채워나갈 수 있고, 잊어버린 것만큼 아름다운 추억을 또 만들 수도 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은 '지금'이다.


 타다 반리와 카가 코코가 마지막에 이르러 선택할 수 있었던 시간. 그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금 손을 맞잡을 수 있었고, 입을 맞추면서 "여기 있어 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비록 평판은 나누어지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뭐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라이트 노벨 <골든 타임 8권> 감상 후기는 여기서 마친다. 언젠가 잊어버릴 시간과 기억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연인을 만나게 될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 오늘을 기록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아니, 대단히 좋은 이 일이니까. (웃음)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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