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버스 속 눈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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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러!" "눌러!"이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었던 5-1번 버스


 요즘 뉴스를 읽어보니 '9시 등교'가 시행되고 나서 많은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아침 일찍 등교하던 학생들이 9시까지 등교할 수 있게 되자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과 시간이 겹쳐 '버스 대란'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다. 누구는 타고, 누구는 타지 못하고….


 이런 며칠 동안 반복되자 그냥 버스가 통과하는 지점에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은 '지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 학생은 '차라리 그냥 예전처럼 빠른 차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지금 이 상황의 불편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 시간대에만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릴 수도 없는 터라 이 문제는 한동안 어쩔 수 없는 문제로 곪을 듯하다. 과거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도 내가 학교에 가기 위해 탔던 버스 5-1번은 늘 만원 버스가 되는 바람에 중간 막바지 부분부터는 '그냥 통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었다.


 내가 버스를 타던 우리 집 앞의 정류장은 터미널 다음으로 도착하는 첫 정거장이라 자리 걱정을 하거나 '버스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다 볼 수 있는 버스를 타지 못해 허망해 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은 참 안타까웠다. (그때는 '에구, 지각이네. 불쌍해라 ㅋㅋㅋ' 하며 웃었지만.)


ⓒ오마이뉴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버스 이야기는 이 이야기만이 아니다. 특정 두 고등학생이 대부분 타는 특정 시간대의 한 버스에서는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종종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음이 터지는 것을 쉽게 참을 수가 없는데, 그때도 버스에서 내리면서 실컷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는 이렇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탔던 버스는 5-1번이었다. 5-1번을 타고 가다 보면 어느 정도 순간에 '만원'이 되는데, 이 '만원' 상태에서 5-1번 버스가 학교 정류장이 다가오면 갑작스럽게 버스 내 공기가 긴장을 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과연 누가 버스에 달린 '정차합니다.' 벨을 누를 것인가?'라는 팽팽한 긴장이 돌기 때문이다. 특정 정류장에서 내리기 위해 왜 벨을 누르지 않느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그 버스에 탄 모든 사람이 딱 그곳에 있는 두 고등학교의 학생뿐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체로 많은 버스 기사 아저씨가 '이 학생들은 다 여기서 내리는 학생들이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벨을 누르지 않더라도 그냥 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정차해주신다. 그런데 간혹 정차하지 않고 다음 역을 향해 앞으로 쭉 가는 버스 기자 아저씨가 있었다.


 나는 그 5-1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몇 번이나 그런 경험을 했다. 내가 다녔던 남고는 여고와 붙어 있는데, 남고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버스 기사 아저씨가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그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 중 상당수가 "어어! 아저씨! 여기서 세워야 해요!"라고 외쳐야만 했었다.


 그때 버스 기사 아저씨는 "왜 벨을 안 눌러!?"라고 말씀하시면서 놀라서 반문하셨지만, 많은 여고생이나 남고생이 "어… 그게 원래 여기는 우리가 내리는 곳이니 그냥 정차하는 곳이잖아요?" 하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내렸었다. 나는 그저 숨죽여 웃으면서 '이게 뭐야 ㅋㅋㅋ' 하면서 내렸었고.



 그 일이 있었던 후에는 5-1번 버스를 타는 사람 중 몇 명이 벨을 눌렀다. 하지만 일주일 지난 후에는 또 벨을 아무도 누르지 않았다. 그때는 버스 내 공기가 마치 '누가 벨 좀 눌러!', '눌러야 하나? 이번엔 그냥 서지 않을까?', '왜 아무도 안 누르는 거야?'라는 말을 품고 있어 정말 무거웠다.


 1박 2일에서 볼 수 있는 숨 막히는 눈치 게임과 전혀 다른 의미로 살벌한 긴장감이 흘렀던 버스 속 눈치 게임은 지금도 고등학교 시절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몇 번이나 버스 기사 아저씨가 버스 정차역을 지나 좀 더 뒤에 있는 곳에서 급히 멈췄는지. 아하하.


 내가 다녔던 분성 고등학교 역에서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옆에 붙어있는 분성여고의 여고생과 분성고의 남고생이 한 버스 안에서 뒤엉켜 있던 그 추억. 토요일에 마치고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앞 정거장으로 뛰어갔던 일, 여고생으로 만원이었던 버스에 탄 일….


 얼마 안 되는 고등학교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자 재미있는 추억이다. 앞으로도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버스 속 눈치 게임 이야기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버스 대란 뉴스를 읽다 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옮겨본다. 과연, 지금의 후배들은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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