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제로 4권, 황금의 검이 약속된 승리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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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페이트 제로 4권, 스러져 가는 자들


 지난 1월에 《페이트 제로 3권》을 읽고 한 달의 쉬는 시간을 거친 후 다시 3월에 읽게 된 《페이트 제로 4권》이다. 이번에 읽을 수 있었던 《페이트 제로 4권》은 캐스터가 후유키 시의 강가에서 마(魔)를 소환한 장반부터 그 마(魔)를 퇴치하는 장면까지였다. 꽤 단순해 보이는 하나의 미션이지만, 이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치열함과 보이지 않는 심리에 대한 묘사는 책에 푹 빠져들게 하였다.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이 부분을 잘 살려주었지만, 역시 책으로 하는 몰입은 좀 더 그 수준이 높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페이트 제로 4권》에서는 여러 하이라이트 장면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손으로 뽑아주고 싶은 건 애니메이션에서 '와아-!' 하며 볼 수 있었던 아쳐와 버서커의 공중 대결이었다. 보구 황금배를 타고 있는 아쳐와 서번트의 능력으로 강화시킨 전투기 F-15를 탄 버서커의 싸움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책으로 읽으면서도 흥미진진했엇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을 때 그 완성도에 얼마나 감탄을 했었던지. 왠만한 액션 영화보다 더 스릴을 맛볼 수 있었다.


페이트 제로 4권, ⓒ미우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일단,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에 무게를 두고 읽을 수 있었던 건 역시 캐스터가 벌이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버서커보다 훨씬 더 비정상적으로 광화를 한 듯한 캐스터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최후를 맞이했는데, 참 캐스터다운 최후였다고 생각한다. 이 이외에 이번 《페이트 제로 4권》에서 무게를 두고 읽을 수 있었던 건 성배 전쟁에 참여한 마술사들이 느끼는 심리에 대한 묘사 부분이었다.


코토미네 키레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면 마치 바닥없는 어둠과 마주하는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야말로 원초적인 공포라고 말해야 할 오한이다.

키리츠구의 전술은 철두철미하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적이 무엇을 노리고 있으며 어디를 목표로 나아가는지 간파할 수 있다면 자연히 상대의 사각이나 약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쨌든 마술사라는 존재는 '목적의식'이 여느 사람 이상으로 명명백백한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에 키리츠구는 이제까지 솜씨 좋고 착실하게 '사냥감'을 사냥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코토미네 키레이처럼 '겉도 속도 알 수 없는 적'은 최대의 위협이다. 게다가 그런 난적을 앞에 두고 지금의 키리츠구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마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쪽의 수법을 족족 간파해 내는 추적자. 키리츠구를 사냥하는 측이 아니라 사냥당하는 측으로 몰아세우는, 유일한 예상 밖의 요소.

"…네놈은, 누구지?"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코토미네 키레이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해답은 멀어져 가고 초조함이 고개를 치켜들 뿐이다.

차라리 죽여 버리는 게 속이 편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습격을 경계해야만 하는 리스크를 생각해볼 때,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은 아닐까.

키리츠구는 이웃마을의 대여 차고에 원격조작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개조한 유조차 한 대를 숨겨 두고 잇다. 도시 게릴라의 입맛에 딱 맞는 염가판 순항미사일이다. 마토나 토오사카가 농성책을 취했을 경우를 대비한 비장의 수단인데, 이것이 키레이가 잠복하고 있는 후유키 교회를 들이받는다면 그 대행자는 뼈도 못 추릴 것이 분명하다. (p23)


라이더는 미간을 좁히면서 쓴웃음을 짓고, 웨이버의 등을 두드렸다.

"꼬마, 네놈의 그런 비굴함이야말로 곧 패도의 징조란 걸 아느냐?

네놈은 이러쿵저러쿵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작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분수를 모르고 높은 곳을 지향하려 발버둥 치고 있지. 뭐, 여러 가지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기는 해도, '패'의 싹은 확실히 그 가슴에 뿌리내리고 있는 거다."

"…그거, 칭찬이 아니야. 바보 취급하는 거라고."

"그렇고말고. 꼬마, 네놈은 뼛속까지 바보다."

주눅 들지 않고 웃으면서 라이더는 단언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정도의 꿈밖에 품지 않을, 그런 똑똑한 마스터와 계약했더라면 짐은 필시 아주 갑갑했을 거다. 허나 네놈의 욕망은 자신의 영역 밖을 향하고 있어. '저 너머에야말로 영광이 있으리― 토 필로티모'라고 하지. 짐이 살았던 세계에서는 그것이 인생의 기본원칭이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꼬마. 바보 같은 네놈과 계약해서 짐은 정말로 기분이 좋다." (p85)


 많은 부분을 다 옮길 수 없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는 두 개의 부분을 옮겨보았다. 하나는 키리츠쿠가 키레이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고, 하나는 웨이버와 라이더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다. 《페이트 제로》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웨이버와 아스칸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원작이 훌륭했기에 그토록 좋은 애니메이션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뭐, 그 이외에 《페이트 제로 4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건 랜서와 그 마스터의 비참한 최후, 코토미네 키레이의 이상한 각성 등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있다. 그 모든 이야기는 책을 서점에서 구매한 사람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이야기이기에,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정말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페이트 제로》 소설도 그 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페이트 제로 5권》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또 한 명의 퇴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페이트 제로 5권》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정말 고대된다. 다음 《페이트 제로 5권》 감상 후기에서 이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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