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 3권, 방황하는 반리와 망설이는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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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리뷰] 골든 타임 3권, 방황하는 반리와 망설이는 코코


 3권까지 연속해서 읽게 된 '골든 타임'이다. 이번 골든 타임 3권에서는 "남주― 반리 이 녀석! 나와 바꿔줘!"라고 외치고 싶은 코코와의 러브러브 장면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 연애란 건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같지는 않겠지만, 저런 바보 같아 보이는 사랑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한 번도 그런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는 난 그저 책을 읽으며 이렇게 '부럽네.'라는 느낌만 받을 뿐이다. 하지만 딱히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애초에 난 사람과 관계를 이끌어가는 데에도 힘들고, 지금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그런 건 상상도 하지 않는다. 쓸데 없는 짓이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고, 골든 타임 3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골든 타임 3권, ⓒ미우


 앞에서도 말했지만, '골든 타임 3권'은 카가와 반리가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하면서 참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린다. 그래고 이 둘의 관계는 바로 급격하게 오로지 '사랑'만 가득한 그런 관계는 되지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기억을 잃기 전의 타다 반리는 '주군의 태양'에서 나오는 귀신들처럼 또 하나의 인격이 되어 현실의 타다 반리 주변을 맴돌고 있으니까. 난 처음에 이 부분이 어떤 묘사인지 잘 몰랐다. 그냥 무식하게 책을 읽으며 웃기만 했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는데… 타다 반리를 보는 또 하나의 타다 반리는 영혼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난 그냥 혼자 자신의 보는 그런 자신의 내면이라고 생각했었는데(이런 것일까?)… 아무튼, 내용이 꽤 복잡하게 전개될 듯하다. 무엇보다 이런 장면이 '주군의 태양'에서 기억을 잃은 소지섭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주 묘사가 잘 되어 있어 읽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그 일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아… 어쩌지…."

진짜 어쩌냐. 혼자 중얼거리는 반리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는 말했다. 어쩔 거야, 타다 반리.

그런 얼굴로 그렇게 한심한 꼴로 도망치기만 하고. 언제까지 이러고 지낼 작정이야. 똑바로 해. 정신 차려.

당당하게 살란 말이야.

―물론 이 목소리가 반리의 귀에 들리지는 않겠지만.

 "……."

반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기둥 뒤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혼자서 적진을 헤매고 다니는 소년병 같은 눈으로, 오후의 햇볓이 내리쬐는 로비를 지나치는 학생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쉬었다. 그 이상 반리의 숨바꼭질을 지켜보는 것도 지겨워져서 고개를 길게 빼고 테이블 쪽을 쳐다보았다. 테이블이랄까, 린다를.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가볍게 걸터앉아서는 모르는 녀석의 농담에 소리를 높여 웃는 린다가 보였다. 손을 쑤셔 넣은 주머니에서는 휴대전화 스트랩이 삐져나와 잇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를 꼭 쥐고, 반리에게서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거겠지. 린다는 그런 아이니까.

반리는 그걸 모른다.

린다의 긴 머리가 얼마나 예뻤는지도 모르고, 린다가 얼마나 달리기를 잘하는지도 모르고, 노래를 잘하는 줄도 모르고, 식스 팩이 곧 생길 것 같은 복근을 자랑스러워했다는 사실도 모른다. 다정한 모습도 귀여운 모습도. 사실은 꽤 이기적이 녀석이라는 것도―반리는 린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린다가 반리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얼마나 감정을 억제하고서 부담이 덜 가는 메시지 내용을 생각하려 애쓰는지, 그런 것도 모른 채 지낼 수 있겠지.

미칠 것 같다.

린다를 아는 나로서는 반리의 태도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p85-86)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이 영혼의 존재에 대해 상당히 의구심을 품었다. 무엇보다 이 영혼이 또 하나의 타다 반리의 존재임에, 무의식 속에서 존재하는 기억의 파편이기 때문에 앞으로 '골든 타임'이라는 이 라이트 노벨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정말 궁금했다. 여히로인과 그저 빨리 행복해지지 못하는, 정말 순수하게 행복해지지 못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보며 두려움에 떠는 여히로인을 보는 건 답답하면서도 안타깝다. 그럼에도 이게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갈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리고 이게 재미이기도 하고.


 이번 '골든 타임 3권'에서는 러브러브하고 있는 타다 반리와 카가 코코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야나시와 초음파… 그 이외 또 하나의 타다 반리와 린다의 이야기도 얽혀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까. 다음 '골든 타임 4권'이 기다려진다. 뭐, 연이어 읽지는 않고― 10월 신작 라이트 노벨부터 읽은 뒤에 다시 읽을 생각이다. 다음 '골든 타임 4권' 감상 후기에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이 올라가는 날은 병원에 입원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 수술이 잡혀 있어 바로 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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