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네의 개 1권 후기

[만화책 감상 후기] 코하네의 개 1권, 일그러진 청춘 에피소드


 사람이 가지는 트라우마는 일종의 후유증이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충격을 받은 정신이 똑같은 상황에 놓이는 걸 거부하는 반응을 일으켜 예기치 못한 반작용을 끌어내는 게 후유증이다. 트라우마를 트리거로 하는 이 후유증은 쉽게 고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쉽게 고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릴 적에 나는 정전이 되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적이 있지만, 딱히 엘리베이터에 타는 일이 두려워지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나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일보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더 두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일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커다란 후유증이 되었다.


 그 탓에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계속 배가 아프거나 속이 역겨워 항상 굶고 다닌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에 참석하거나 서울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가능한 속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한다. 물 이외에 음료수라도 마셔버리면 나는 이미 몸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이 후유증을 고치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한 덕분에 그래도 얼굴이 익숙한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하는 일은 문제없어졌다. 물론, 시간이 점차 흐르면 배가 심각히 아파 당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2~3시간 정도 버틸 수 있게 된 건 놀라운 발전이었다.


 지금 여기서 트라우마와 후유증을 이야기한 이유는 오늘 소개할 만화 <코하네의 개 1권>가 바로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처음 제목만 보았을 때는 뭔가 에로틱한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막상 <코하네의 개 1권>을 읽어보니 상상하지 못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어 내심 놀랐다. 작품의 주인공 시라토리 에이코는 이른바 타액 공포증을 겪고 있다. 그가 가진 특유의 공포증의 트리거가 된 건 어릴 적에 겪은 사건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다친 건 아니지만, 자신이 장난을 치다 소꿉친구 타치바나 코하세가 피를 철철 흘릴 정도로 심각하게 다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시라토리 에이코는 사람의 타액을 보면 심각한 반작용이 일어나게 된 거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정도로 잘못했으면 어느 정도 죄책감과 괴로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모든 가해자는 피해자와 달리 너무나 쉽게 그 사실을 잊고 태연히 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가해자 또한 피해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혹은 그 이상의 괴로움을 겪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타액 공포증을 가진 것 이외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생활을 했다. 애초에 그가 소꿉친구를 악의로 다치게 할 정도로 악인이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그는 원래 심성이 착한 인물이라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배려를 받고 있었다. 평화로운 그의 세계는 소꿉친구의 등장으로 반전한다.




 주인공 시라토리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온 타치바나는 시라토리가 체액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순간 시라토리를 “멍멍아….”라고 부르며 마치 놀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그 뒤에 타치바나가 저지른 행동은 ‘엑——?’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느닷없었다.


 “나한테 네 몸을 맡겨보지 않을래…?”라며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한 말투로 그녀가 한 행동은 자신의 체액으로 시라토리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체액은 이상한 체액이 아니라 그냥 침에 불과한데, 어떤 그림이 그려졌는지 궁금한 사람은 만화 <코하네의 개 1권>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코하네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도 타치바나와 과거에 있었던 그 사건이 트리거가 되었다. 그 사건으로 이상한 스위치가 켜져버린 코하네가 타치바나를 괴롭히는 듯한 모습에 숨겨진 감정.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또 다른 사람의 등장. 앞으로 <코하네의 개 1권>은 어떻게 전개되어 갈까?


 단순한 러브 코미디가 아니라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그린 만화 <코하네의 개 1권>. 색다른 만화를 찾는 사람에게 <코하네의 개 1권>을 추천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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