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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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정말이지 한 사건의 완결을 읽기 위해서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은 도대체 몇 권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성역의 시련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0권>부터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에 이르기까지 나츠비 스바루는 고통을 반복한다.


 그리고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 시작은 나츠키에게 ‘사망귀환’이라는 이름의 저주인지 은총인지 모르는 운명을 준 사테라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검은 그림자에 얼굴이 감춰진 사테라의 모습에 스바루는 아연실색하지만, 다른 마녀들은 모두 “어느 쪽이야?”라며 별 반응이 없었다.


 스바루는 “너희들을 죽인 녀석이잖아, 왜 그렇게 멀쩡한 거냐고?”라는 식으로 마녀들을 다그치지만, 스바루의 의견에 마녀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하나의 답을 들려준다. 그건 ‘사테라’라는 마녀의 본질이 우리가 상상한 것도 전혀 다르다는 거다. 즉, 사테라는, ‘이중인격’이라는 인격 장애를 갖고 있었다.


 ‘사테라’일 때는 마녀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인물이지만, ‘질투의 마녀’일 때는 브레이크가 없는 마녀였다. 왠지 이 이야기에서 묘하게 <쿠로코의 농구>에서 주인공 쿠로코와 카가미가 넘어서야 했던 마지막 벽인 아카시 세이쥬로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중인격이라는 건 이렇게 성향이 다른 걸까?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 시작에서 등장한 사테라는 스바루에게 단연코 “사랑해”라는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줘.”라는 말을 전한다. 스바루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심각한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은 참 너무나 답답한 스바루다웠다.


 하지만 스바루의 그런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굳은 각오를 하는 일이다. 과연 그런 일이 쉽기만 한 일일까?


 적어도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고, 또 어떻게 나를 사랑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추호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살면서 스바루처럼 누군가가 곁에서 지탱해준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지탱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살면서 만난 책과 애니메이션뿐이었다. 책과 애니메이션이라도 있기에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 아직 사랑하는 일은 요원한 일이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에서 등장한 사테라가 스바루에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그 작은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가슴에 움켜쥔 스바루는 마녀의 다과회에서 만난 마녀들을 통해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각오를 다지고, 이야기를 매듭짓기 위해서 다시 발을 움직인다.


 그런데 사람은 아무리 각오를 다진다고 해도 쉽게 변할 수 없는 법이다. ‘오늘부터 다이어트다!’라고 다짐해도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며 해이지해지기 마련인데, 당연히 나츠키 스바루도 대단한 인물이 아니기에 똑같았다. 그런 그를 뒤에서 밀어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오토 스웬’이라는 인물이다.


 성역의 시련을 스바루가 반복하는 동안 오토가 보여준 존재감은 복선이 이미 있었는데, 오늘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에서 오토의 존재감은 꽃을 피우게 된다. 오토가 있은 덕분에 스바루는 이야기를 다음 단계로 이어갈 수 있었고, 드디어 성역의 시련을 이겨내는 첫 단추를 끼우게 된다.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에서 다루어진 첫 단추를 끼우는 이야기에는 오랜만에 등장한 ‘팩’이 있었고, 람의 협력이 있었고, 로즈월이 숨기고 있던 꿍꿍이에 경악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이야기의 매듭을 짓기 위해 필요한 요소였고,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미친 듯이 읽을 수 있었다.


 오늘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3권>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제야 첫 단추를 끼운 셈이라 과연 다음 <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4권>에서 그려질 에밀리아와 에키드나의 만남은 어떻게 마무리되고, 로즈윌 저택으로 향하는 살인 청부업자는 또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아, 미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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