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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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 여동생의 라이트 노벨을 기획하자


 여동생. 그것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모에 한 생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동생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겨울에 봄이 찾아온 듯 마음에 따뜻해지고, 지친 일상에 활력이 샘솟는 놀라운 효과를 얻게 된다. 현실이 아닌 이야기 속의 여동생 캐릭터는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가장 매력적인 히로인 요소다.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이후 피가 이어지지 않은 설정의 여동생과 이어지는 이야기는 상당히 많았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라이트 노벨 <아빠 말 좀 들어라>도 ‘오다 라이카’라는 매력적인 히로인을 제치고 피가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 ‘타카나시 소라’가 최후의 히로인이 되기도 했었다.


 <아빠 말 좀 들어라>는 마지막 두 권을 앞두고서도 히로인을 결정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연하 혹은 여동생 캐릭터 히로인인 대세인 시점에서 <아빠 말 좀 들어라>는 여동생 캐릭터인 ‘타카나시 소라’를 선택한 게 아닐까. 뭐, 이건 어디까지 독자로서 마음대로 적는 추측에 불과하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은 본디 작품성만큼 상업성이 중요한 상품이다. 한 권의 라이트 노벨이 흥행하기 위해서 일러스트의 완성도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할 정도로 라이트 노벨은 상업적인 면에서 스토리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유행’을 따라가는 전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도 최근 유행하는 요소인 ‘여동생’, ‘라이트 노벨 작가’ 두 가지 요소를 활용한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이라는 작품이다. 제목만 읽었을 때는 라이트 노벨을 소재로 하는 작품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프롤로그를 읽었을 때, 바로 작품의 설정을 알 수 있었다.



 프롤로그에서는 라이트 노벨 편집자를 하는 주인공 미즈키 히로가 라이트 노벨 신인상 공모전에 투고된 한 소설을 읽고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굉장해!”라며 크게 소설을 칭찬하던 히로는 응모 서류에 기재된 투고자의 이름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투고자의 이름은 ‘미즈키 이이바’. 여동생이었던 거다.


 다음이 굉장히 궁금해지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은 조금, 제법 많이 지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가 지루하게 전개된다. 여동생 미즈키 이이바와 오빠 미즈키 히로 두 사람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이야기의 맥을 번번이 끊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장면을 통해 시스콘이자 브라콘인 두 남내가 서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이바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 장면이 솔직히 너무 많았다. 이러한 요소가 이야기에 자체에 몰입을 방해했다. 애정이 집착으로 변해 지나치면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침은 늘 해가 되는 법이다.


 솔직히 말해서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을 중간까지 읽다가 몇 번이나 책을 그만 읽으려고 했었다. 여동생과 라이벌 구도에 놓이는 아야네의 존재가 없었다면,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의 소재인 ‘라이트 노벨’이 없었으면 진작 읽기를 포기했을 거다.


 다행히 아야네의 존재가 있어서 바보 남매의 이야기를 중간중간에 끊을 수 있었고, 라이트 노벨 창작 이야기로 들어갔을 때는 진지한 장면이 이어져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제법 많이 다루어졌다.



 그중 하나는 이이바의 새로운 라이트 노벨 기획을 세우면서 히로와 이이바, 아야네 세 사람이 함께 고민하는 ‘어떤 라이트 노벨을 쓸 것인가.’라는 주제다. 잘 팔리는 소재인 이계치렘무쌍 라이트 노벨을 쓸 것인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쓸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이 무척 좋았다.


“독자가 바라는 걸 쓰는 건 작가에게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잘 팔리는 노선만 쫓아간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미지근한 세계가 아냐. 우리가 있는 곳은.”

베이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날카로운 아야네의 눈빛.

이이바는 그 속에서 키리시마 아야네라는 존경하는 작가의 모습을 확실히 보았다.

“독자에게 재밌다는 말을 듣기 위해 유행을 공부하는 건 작가의 자세로서 문제없어. 라이트 노벨은 그런 식으로 성장해온 걸. ……하지만 우린 다른 누구보다도 이 작품이 재밌다고 푹 빠지게 만들어야 할 존재가 있어.”

“……혹시 편집자 말이야? 아니면 읽어주는 사람들?”

“아냐.”

호흡 한 번 할 정도의 간격을 두고 아야네가 단언했다.

“그 소설을 쓰는 작가 자신이야.” (본문 231)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모습은<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이라는 책과 전격 소설 대상 최종 전형 위원인 미키 카즈마의 <재미만 있으면 뭐든지 OK> 등 라이트 노벨 <여동생만 있으면 돼>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을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라이트 노벨을 쓰는 이이바와 아야네의 진지한 태도 속에서 불타는 라이벌 의식(소설뿐만 아니라 ‘히로와 관계에서도), 편집자로서 임하는 히로의 모습이 흥미를 돋우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좋았다.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은 이야기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에 도전하는 이이바와 또 한 번 ‘연재 중단’ 위기에 놓인 이이바의 작품을 구하기 위해서 비장 카드를 숨겨둔 히로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은 딱 ‘여기까지’라는 느낌으로 깔끔했다.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1권>을 읽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솔직히 재미있다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라이트 노벨’을 소재로 한 라이트 노벨을 찾아 읽는 사람에겐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이 작품은 서울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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