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저스트 비코즈(Just because)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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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상 후기] 저스트 비코즈(Just Because), 고교 시절의 감성을 애뜻하게 그린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막상 대학생이 되고, 어른으로 취급을 받는 다는 게 너무나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도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느낌이다. 여전히 나는 고등학교 시절과 다름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까?


 이미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직장에 취업을 하기도 했고, 어머니의 지인들의 나와 비슷한 또래 자식들은 심지어 결혼을 하기도 했다. 나보다 1살, 2살, 3살씩 더 많은 사촌 형 두 명과 사촌 누나 한 명도 벌써 결혼을 했다. 그 시기가 작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 세월이라는 게 놀랍게 느껴진다.


 지금 내가 '세월'이라는 말을 꺼내는 게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나는 시간을 미처 돌아볼 틈도 없이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년이 지났고, 장기간 휴학한 대학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괜히 졸업을 앞두고 들뜬 마음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만 가득하다.


 아마 내가 사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과 똑같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혹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글을 쓰는 시간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는 책과 애니메이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없는 건 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록 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 혹은 대학교에 올라와서도 유독 특별한 추억은 만들지 못 했다. 이 경우에는 '못 했다'와 '않았다.'라는 말을 함께 사용해도 혼동이 없을 정도로 나는 그저 조용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종종 애니메이션을 통해 따뜻한 감정이 교차하는 학원물을 보면 괜히 마음이 술렁인다. 때로는 그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부러워서, 때로는 가슴 한켠에 남은 쓸쓸함이 힘들어서, 때로는 절대 내가 보낼 수 없을 일상이 환상 같아서,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무척 감정적으로 변한다.


 이번에 본 애니메이션 <저스트 비코즈(Just because)>가 바로 그랬다. 우연히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서 본 애니메이션 <Just because>는 너무나 상냥한 분위기 속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작화는 썩 좋지 않았지만, 분위기와 이야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각 에피소드마다 웃을 수 있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히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들이 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그 답을 기다리거나 답을 내기 위해서 고민하는 장면이 섬세하게 잘 그려져 있었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본 적이 없는, 아직은 사람과 친하게 어울리는 일조차 서투른 나는 <Just because>의 주인공들의 감정을 솔직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겪는 내적 갈등이 너무나 예쁜 감정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또 하나의 행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Just because>의 주인공들처럼 좋아할 수 있다면, 그건 내가 책과 애니메이션 외 살아가는 의미를 또 발견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 확률은 무척 낮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자기 자신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턱도 없는 일이다. 애초에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낄 수도 없다.


 유독 내가 <Just because>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이유는 나에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싫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사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나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뭐,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강하게 솟구칠 때는 간간이 있지만….


 애니메이션 <Just because>에서 그려진 주인공들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여러가지 방법, 그리고 그 마음에 답하는 방법은 어쩌면 나에게 있어 환상일지도 모른다. 평생 직접 경험할 일은 없지만, 적어도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건 무척 매력적이다.



 애니메이션 <Just because>의 마지막은 한때는 어긋났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마음을 전하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굉장히 아름다운 엔딩이었고, 저런 감정을 현실에서 가질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소중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대학에 입학한 두 사람이 그려나갈 이야기도 궁금하고, <Just because>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그릴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모두 각자의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나면서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을 만난 거다. 우리의 삶에서 과연 이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두 자릿수? 한 자릿수? 소수점?


 오랜만에 모에 혹은 판타지에 치우치지 않고, 정말 좋은 이야기를 그리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느낌이다. 내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수도 있는 이야기. 그렇기에 더 마음 깊숙이 작품이 와 닿았던 애니메이션 <Just because>. 새해 새롭게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대학을 졸업할 준비를 해야 하지만, 여전히 혼자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방학, 연말이라고 하더라도 홀로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는 보는 일이 전부다. 이 일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단지, 살짝 뭔가 허전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더 책을 읽고, 애니메이션을 본다. 허전한 감정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야기'밖에 없기에. 언젠가 이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 직접 이야기를 적기 시작할 때, 나는 한층 더 성장한 '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아직 애니메이션 <Just because>를 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애니메이션은 소설(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사쿠라장의 애완그녀>를 집필한 카모시다 하지메의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소설로 발매되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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