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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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 카스미오카 우타하


 <널 오타쿠로 만들어줄 테니까, 날 리얼충으로 만들어줘! 13권>을 읽은 후에 곧장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을 펼쳐 들었다. 원래 정말 쉬지 않고 라이트 노벨을 연속해서 읽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잠시 사무실로 와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10권을 읽는 도중에 잠시 멈추고 말았다.


 라이트 노벨을, 아니, 어떤 책이라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는 도중에 멈춰버리는 일은 너무나 괴롭다. 이 고통은 마치 매력적인 여성과 한창 몸을 비벼대는 도중에 멈추는 일과 같은 수준이다. 이야기의 재미에 한껏 달아오른 감정을 한순간에 완벽히 꺼버려야 하니까 말이다. 몰입과 집착은 그래서 무섭다.


 다른 작품이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금 손에 펼쳐서 읽는 작품이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지난 12월 일본에서 귀국할 때 일본어판으로 10권을 구매해서 왔지만, 도무지 일본어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이 읽지 않다가 벌써 한국어로 번역 발매가 되었다.


 다음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린 독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대학 중간고사 때문에 책을 읽는 걸 미루고 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어머니의 일을 얼른 끝낸 이후에 최대한 빨리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을 읽었고, 이야기의 엑기스를 쑥쑥 흡수했다. (웃음)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의 시작은 이즈미의 화려한 독설로 시작해서 10권의 표지를 장식한 카스미오카 우타하의 또 하나의 매력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이야기 마지막 장면에서 '진정한 크리에이터'를 노리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언급되기도 한다. 즉, 너무 재미있었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의 시작은 앞서 말한 대로 이즈미가 전 동호회 멤버들을 향한 독설로 시작한다. 이즈미는 토모야에게 여름 합숙으로 오키나와에 가자고 이야기하는데, 우연찮게 생긴 오키나와 비행기 표와 합숙지로 한창 즐거워하는 이즈미에게 찬물을 끼얹은 게 '옛 멤버'였다.


 이즈미가 메구미의 스마트폰을 통해 에리리와 말을 주고받는 설전은 무척 재밌었다. '이즈미는 역시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여동생 히로인의 성격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캐릭터가 마지막에 등장해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더 복돋아 주고, 이야기가 조금 더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아래에서 이즈미가 에리리와 나누는 독설을 일부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속으면 안 돼요! 사와무라 선배는 토모야 선배와 메구미 씨를 버리고 코사카 아카네에게 간 배신자! 자신이 인기를 얻자마자 지금까지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연인을 버리고 유명 탤런트와 사귀는 인간 말종 연예인 같은 사람이에요!"

뭐, 이즈미의 주장도 엄청 감정적이고 인터넷 유언비어 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나 할까, 비교적 올바른 주장이다.

"……으음, 방금 그 발언에 대한 에리리의 코멘트는 바로 이러해."

그리고 그 정론에 맞서는 것이 귀찮아진 듯한 메구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즈미를 향해 내밀더니, 라인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그러자 에리리한테서 온 '나는 서클 대표와 부대표에게 부탁하고 있는 거야. 일개 스태프인 네 의견 같은 건 물어본 적 없으니까 입 다물고 있어!'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아아아앗! 뭐 이딴 태도와 발언이 다 있죠?!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저라는 걸 알면서 이딴 소리를 하는 거예요? 과감하게 모델에게 충실한 체형으로 그려서 '이런 절벽 가슴 캐릭터를 미소녀 게임에 넣으면 어떻게 해' 같은 소리를 듣게 되어도 괜찮아요?"

"자……, 에리리한테서 답장이 왔어."

이번에 메구미가 보여준 화면에는 분노에 사로잡힌 채 키보드를 아무렇게나 두들겼는지 내용을 판독할 수 없는 문자와 기호가 나열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얼마나 화났는지 확연하게 느껴졌다. (22)


 이러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어찌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의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빠르게 다음, 다음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 눈을 굴렸다. 오키나와 합숙 이야기는 에리리만 아니라 우타하까지 참전을 선언하면서 결국 백지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키나와 대신 조금 더 저렴하게 갈 수 있는 해변의 숙소를 향해 모두 함께 이동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 히로인 취재를 위한 토모야의 활동이 주요 포인트다. 이즈미, 우타하, 미츠루, 에리리, 메구미 순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즐거운 분위기도 잠시, 그들을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코사카 아카네'라는 인물에 의해서 분위기는 극적으로 변해버린다. 에리리와 우타하를 데리고 온 그녀는 두 사람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토모야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기도 하고 가슴 한편으로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코사카 아카네에게 원고에 대해 철저히 난도질당하는 우타하의 모습을 토모야는 직접 보게 된다. 이 장면이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이 장면이 계기가 되어우타하를 토모야가 자신이 만드는 미소녀 게임의 '히로인 중 한 명'으로 넣는 한 걸음을 옮긴다.


 이때까지 우타하는 '수재'라는 단어는 붙일 수 있지만, '천재'라는 말이 아직 붙기에는 모자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토모야가 그린 에피소드 덕분에 완벽히 천재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이후 그녀가 만든 작품은 코사카 아카네를 웃게 하는 동시에 그녀의 회사에서도 반론하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재미가 없으니 투박한 부분에 눈이 가는 거야.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에 거부 반응을 느끼는 거지. 하지만 재미있다면, 그것은 마약처럼 사람의 마음을 중독시켜….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드는 거야.

유저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심어주겠어……."


 정말 여러모로 놀라운 진보를 이룬 카스미오카 우타하는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에서 완벽히 각성했다. 평소 주인공을 잘 놀리면서 강한 히로인의 면모가 보였던 그녀이지만, 10권에서는 '강한 히로인은 한 꺼풀 벗으면 약하다.'는 정석을 잘 보여줬다. 왜 그녀가 우타하인지 증명했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은 이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글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좀 더 다양한 이벤트가 소설에 실려있다. 특히 우타하 애피소드를 읽으면서 토모야가 'CODA' 단어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나타난 몇 가지 묘사와 특징은 <White Album2>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을 읽은 사람 중 <White Album2>를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미소녀 게임 혹은 소설과 만화로 읽은 사람이라면, 그 재미있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오타쿠는 많은 장르의 작품을 읽게 되면 작품 속에서 새롭게 보이는 게 생기는 법이다. (웃음)


 우타하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인 동시에 앞으로 아키 토모야 앞에 커다란 목표로 있을 코사카 아카네의 그릇을 볼 수 있었던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 앞으로 이 작품은 또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 무척 궁금하다. 특히 11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메구미가 다루어지지 않을까?!


 어디까지 라이트 노벨이지만, 한번 읽으면 재미있어서 절대 멈출 수 없는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시리즈.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2기가 방영 중이니 애니메이션도 절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작품을 보지 않는 것은 인생의 손해다. 오타쿠 인생의 손해다! 그러니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0권> 후기의 마지막은 아카네의 포부를 남기면서 마치고 싶다. 일본 라이트 노벨과 만화를 비롯한 서브 컬처 분야에서 한 명의 크리에이터이자 큐레이터를 꿈꾸는 내가 그리는 이상 또한 이 인물을 닮고 싶기에. 아아. 정말 나도 일본 라노벨 블로거로서 더욱 크고 싶다!


"과거의 성공 따윈 알 바 아냐. 미래의 실패 따윈 알 바 아냐. 오늘 할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단 말이야.

항상 최대 셰어를 목표로 삼을 거야. 거물로 존재할 거야. 최첨단을 추구할 거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거야.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질 거야. 사회적 지위를 손에 넣을 거야.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없앨 거야. 그게 내가 죽을 때까지 추구할 목표야.

그 목표에 목적지는 존재하지 않아. 목표는 항상 변하고, 더욱 높아지지.

그러니 멈춰 서 있을 수 없어.

왜냐하면, 그랬다간 남들이 나를 떠받르어 주지 않거든~." (본문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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