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이가 후기, 나나키로 나타난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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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상 후기] 마요이가, 나의 트라우마가 나나키로 나타나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 한두 개 정도는 안고 살아간다. 늘 좋은 생각과 좋은 태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사람과 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서로 부딪히면서 상처를 주거나 지지해주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했던 일이. 항상 안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고,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 게 우리가 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은 드라마틱하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더라도 우리가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통해서 아픔을 배우거나 좀 더 나은 자신이 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은 받은 상처로 마음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상처로 인해서 공격적인 성향을 띄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상처는 우리의 마음속 트라우마, 열등감, 자괴감, 공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만약 우리가 이런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아프구나.'라며 나를 위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 보이지 않는 상처라 우리는 아픈지도 모르고 무리할 때가 많다.



 이번 2분기 애니메이션 중에서 꽤 관심 있게 본 한 작품이 <마요이가>라는 작품이다. '마요이가'라는 말은 일본어로 '迷家(まよいが)'라고 쓰는데, 뜻은 제작사에서 딱히 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한자를 읽어보면 '방황하는 집'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데, 결국은 방황하는 마음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마요이가>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30여 명의 남녀가 현실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피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 '나나키무라'라는 신비의 마을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나나키'라는 괴물과 만나며 다시금 크고 작은 갈등을 겪게 된다.


 '나나키'라는 괴물은 30여 명의 남녀 모두에게 다르게 보였다. 그 괴물은 사람들이 지난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가 괴물의 모습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그 괴물의 모습을 본 30여 명의 남녀는 당황하면서 도망치려고 하고, 괴물의 존재를 누군가가 조종한다고 생각해 충돌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미츠무네는 '나나키'라는 괴물의 정체를 나나키무라를 연구한 연구가에게 듣게 되고, 그는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나나키'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몇 명의 인물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으로 그리면서 사람의 나약함 또한 살아가는 데에 버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요이가>의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나키무라'라는 마을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나나키'라는 괴물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을 그리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가 명확히 잘 표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요이가> 결말 또한 모두가 나나키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만 자신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받아들이고 마을을 떠난다. 일부 사람은 그래도 나나키무라 마을에 남으려고 하는데, 그중 한 명의 소녀가 말한 "누구나 다 상처를 받아들이고,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하면 착각이야."라는 말이 깊이 남았다.


 그렇다. 어떤 사람은 넘어져도 쉽게 훌훌 털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게 무척 힘들 수도 있다. 우리는 책과 강연을 통해서 '다시 일어나서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지만, 막상 넘어졌을 때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거나 다시 일어나는 법을 잘 말하지 않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상처가 쌓여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기보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 나나키무라에 남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마요이가> 애니메이션은 이런 면에서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냥 즐기는 애니메이션보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트라우마'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통해 사람이 겪는 갈등과 완화를 잘 표현했다. 기회가 있다면 애니 플러스 재방송을 통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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