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 후기, 청량한 청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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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 모에에 질린 당신에게 추천하는 소설


 9월에 구매한 라이트 노벨을 다 읽고, '이제 뭐 읽어야 하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때 나는 지난 9월 신작 라이트 노벨을 구매할 때 호기심이 생겨서 구매한 라이트 노벨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읽게 되었다. 그 작품은 바로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 제목부터 벌써 '아, 기억 상실이 등장하는 작품이구나.'이라는 사실을 손쉽게 추측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역시 '기억 상실'이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기억을 잃어버려 한 명이 아파하거나 한 명이 상처를 주거나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이런 작품을 몇 번 읽어보았기 때문에 쉽게 내용을 추측할 수 있었는데, 역시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뻔한 설정 속에서도 나는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지나치게 모에가 큰 라이트 노벨과 비교하면 정말 청량한 라이트 노벨이었다.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 ⓒ미우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의 주인공은 사쿠라마 유리(여), 미네 야스시(남) 두 명이다. 사쿠라마와 미네는 연인 사이가 되는 길을 걷고 있었지만, 여름 방학에 사쿠라마가 한 아이를 구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제목에 '리셋 그녀'가 붙게 되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복귀한 그녀는 여전히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는데, 여기서 다시 사쿠라마와 미네가 관계를 쌓아가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요 이야기가 된다. 마치 <일주일간 친구>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그것보다 조금 더 이번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핵심을 두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작품을 마음에 들게 읽은 이유는 미네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꽤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 외모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나 또한 미네만큼의 멍청한 틀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무서워?"

무섭다.

"남에게 미움받는 게 괴로워?"

그건 당연히 괴롭다.

"그럼 다른 사람한테 사랑받는 것도 견디기 힘들어?"

코 안쪽으로 뜨거운 피가 흘렀다. 시큰한 향기가 나는 눈물이 눈동자로 흘러 넘쳐서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나는 말했다.

"......그야 호의를 주더라도, 그래서 사이가 좋아져도 어디로 나아갈지는 모르니까요. 서로 좋아져서 점점......, 점점 타인에서 친구에서 절친이 되고. 이성에서 좋아하는 사람에서 연인이 되고. 하지만 끝이 없잖아요. 사랑을 하고 맺어져도 그걸로 끝낼 수 없잖아요. 연인이 아내가 되고, 관계를 가져서 아이를 만들어서 부모가 되고...(중략)... 그래도 관계는 끝나지 않잖아요. 부서지지 않도록 소중히 대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도 끝이 없잖아요? 죽을 때까지 계속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나랑 그 애처럼 실패하면 평생 엮이지 않도록 멀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끝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건 슬프잖아요. 잊을 수 없잖아요. 마음이 먹먹하잖아요. 상처를 받잖아요.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계속 걷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넘어지면 이미 끝이에요.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소모하고 소모해서...... 그런 거 싫어요...... 괴로워요. 그런 건.....그런 건 지옥 같아요."

"그래도 모두 그러고 있어. 그렇게 해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거야."

"나는 모두와 달라요. 훨씬 나약하고 예민하고 겁 많은 몹쓸 녀석이에요....." (본문 234)


 솔직히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하고 싶으니까 블로그를 운영하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온라인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때때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과연 이런 행위를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서 '이런 게 의미가 있나?'는 생각도 할 때가 있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그래서 나는 현실에서 더 고립되는 게 아닐까 싶다. 뭐, 애초에 내가 오타쿠라서 이런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사정을 가진 남자 주인공 미네는 꽤 힘들게 사쿠라바와 친해진다. 그리고 친해지면서 점점 바뀌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 이유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사랑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이건 현실로 경험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아마 내가 그런 경험을 할 일은 로또 확률보다 더 희박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 ⓒ미우


 그래서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서 작품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취하는 것이다. 라이트 노벨만이 아니라 내가 평소에 읽는 다양한 책을 통해서 지식 욕구를 채우고, 감성에 빠지는 일도 그런 감정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 까닭에 나는 책을 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인 것이다.


 마치 <시노노메 유우코는 단편소설을 사랑한다> 시리즈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던 청량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라이트 노벨 <여름의 끝과 리셋 그녀>. 그동안 지나친 모에 중심으로 치우치거나 <니세코이>처럼 암 걸리는 작품이 힘든 사람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지만, 할 일은 겨우 이렇게 라이트 노벨을 읽고 글을 쓰는 것밖에 없다. 그래도 <신만이 아는 세계>의 케이마처럼, 미연시 분야가 아니라 라이트 노벨의 함락신이 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라이트 노벨을 읽고 감상 후기를 쓴다. 그래, 라이트 노벨의 함락신이 되는 거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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