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라이트 노벨을 다시 읽는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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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이야기] 다시 읽고 싶은 라이트 노벨이 있는 건 왜 행운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점에 같은 오타쿠 취미를 가진 친구가 나한테 '<노기자카> 시리즈랑 전부 다 합쳐서 싸게 팔 테니까 살래?'이라는 권유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라이트 노벨을 읽고 있었음에도 그 분야가 한정적이었던 나는 읽지 않는 작품이라 사지 않았었다.


 그때 라이트 노벨을 팔려고 했던 친구는 탈덕(오타쿠 행동을 그만두는 것.)을 한 게 아니라 두 번 읽기에는 조금 그런 라이트 노벨을 팔려고 했던 거다. 그 녀석은 소장용과 감상용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는데, 현재 나는 '갖고 싶은 한정판' 이외에는 오직 한 권만 구매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에 등장하는 오타쿠는 이렇게 한 권을 소장하는 일은 드물다. 감상용과 소장용으로 최소 2권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포교용으로 3권까지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많은 오타쿠 사이에서 '3권은 기본 베이스'라는 느낌일까?


라이트 노벨, ⓒ미우


 그러나 오랫동안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서 나는 솔직히 2~3권을 구매하는 건 아까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작품은 처음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반복해서 읽으면 금방 지루해지는 작품이 꽤 많아 무리해서 그렇게 구매하지 않더라도 소장용으로 위치를 옮기게 되기 때문이다.


 글쎄,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라 다른 사람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체로 많은 라이트 노벨이 한두 번 정도 읽으면 그 이후에는 다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거나 추가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언제나 책장에 꽂혀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재미있게 읽은 라이트 노벨 <작안의 샤나>도 그렇게 긴 시리즈 전부가 한쪽 책장을 차지하면서 '아, 버리기는 아깝고, 읽지는 않고… 자리는 없네.'이라는 느낌이다. 종종 청소를 통해 먼지를 털어주기도 하지만, 사실 방치에 가깝다. 정말 한때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


어떤 라이트 노벨을?, ⓒ미우


 그래서 나는 읽었던 라이트 노벨을 다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일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라이트 노벨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인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이 작품은 읽을 때마다 종종 새로운 걸 발견한다.


 그리고 지금은 <마기과의 검사와 소환마왕> 시리즈를 다시 읽는 중이다. 애니메이션화가 되는 작품은 <낙제기사 영웅담>이지만, 이 작품도 비슷한 형식을 취한 작품이면서 내용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6월 신작 라이트 노벨을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시기에는 역시 '이름을 잊어버린 작품'을 읽는 게 최선이랄까?


 읽었던 라이트 노벨을 다시 읽는다는 건 고된 일이다. 내용을 알고 있어 대충 흘려 넘기기도 하기에,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할 때에 읽는 게 가장 좋다.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 다시 작품에 대한 재미가 살아나기 때문에 읽었던 라이트 노벨을 다시 읽는 시기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라이트 노벨 읽기, ⓒ미우


 아무튼,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라이트 노벨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한 돈이 '아깝다'고 여겨질 때는 '산 작품이 재미없을 때'와 '다시 읽고 싶지 않을 때' 딱 두 가지의 패턴이다. 늘 라이트 노벨 후기를 쓰는 내 방에는 블로그에 올린 525편의 수를 넘는 약 700권 정도의 라이트 노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어보지 않음.)


 과연 이 작품 중에서 앞으로 또 읽을 작품은 얼마나 있을까? 사서 후회한 작품도 30권 가까이에 이르고, 한두 번 읽고 내버려둔 작품도 꽤 많다. 최근에 읽은 라이트 노벨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보고 있지만,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라이트 노벨은 다음 권이 나올 때마다 어디 있는지 찾느라 고생한다.


 어쨌든, 그때는 즐거웠지만 지나고 보면 뭔가 허전함이 남는 게 라이트 노벨이다. 그래서 나는 인문학 도서도 읽고, 에세이도 읽고, 평범한 소설도 읽는다. 책은 한 장르의 책만 읽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허전함을 채울 수 있으니까. 내 허전함은 오늘도 그렇게 책으로 채우고 있다.


(아아, 정말 세상은 책을 읽는 것 이외에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이외에는 따분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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